2011년 6월 21일 화요일

[[골프] 스코어 관리

손바닥의 1/3크기보다 작은 클럽을 맞아 허공을 가르는 쇠덩어리에 비슷한 정도의 단단함을 지닌 공을 원하는 거리만큼 날려 원하는 지점에 갖다놓는 경기.
골프의 묘미는 사람의 신체을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를 적절히(!) 이용해야 된다는 것 외에도 도구(클럽)와 공이 부리는 마술까지 조화를 시켜야 하는 쉬우면서도 대단히 난해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할 것이다.
게다가 정신적인 면까지 큰 작용을 하니 묘미는 더해진다.
'한 달에 한 번 필드에 나간다.' 이는 우선 경제적인 사정이 가장 큰 이유이다. 9월의 일정은 동반자를 구하는 일부터 쉽지를 않아 초조함이 모락모락 솟아나고 있던 즈음, 금요일, 같은 직장의 10년 넘는 캐리어를 가진 분과 우연히 라운딩 이야기를 꺼내었다가 일요일(9월 10일)에 어렵게 부킹을 하게 되었다. 사실 9개월짜리가 10년 고수에게 골프 이야기를 꺼낸다는 자체가 주제를 넘어도 한참 넘는 일이다.퍼브릭 골프장 한 군데가 인터넷 부킹 시스템에 합류하였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로그인을 했다. 예상대로 몇 팀의 여유가 있었다. 좋은 시간대는 다 동나고 오후 4시. 그러니까 마치면 8시 반이나 9시가 되는 반 야간 라운딩.
동반자 세 분은 같은 동호회 소속이고 나는 그 동호회에 들고 싶어하는 상황. 동반 분위기가 그리 서먹서먹하지는 않았다.
출발 약속 30분전 쯤에 연습장에 나갔다. 드라이브가 심술을 부리기 시작해서 몇 개를 쳐보고 나설려던 참이었다. 한데 동반자들이 이미 도착을 해서 그 중 한 분은 연습을 어느 정도 한 상태였고, 게다가 점심까지 먹지 못한 상태에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 일단 출발, 중간에 점심을 먹고 티업 시간을 맞추기로 했다.
염려했던대로 1홀부터 드라이브가 마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전날까지 훅성으로 신경을 건드렸는데, 슬라이스 구질로 바뀌어 핑핑 날기 시작한 것이다. 18개 홀 중 대략 14번 정도의 드라이브 티샷, 그 중에 딱 한번 직선으로 날아간 것 외는 전부 슬라이스였다.
어떤 사람은 내기를 하지 않으면 진지하게 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실수가 나오면 멀리건(*)을 요구한다거나 그린에서 공을 어지럽게 널어놓고 뚝닥거린다거나 하는 상식을 벗어난 짓(!)까지도 스슴치 않는 경우를 당했다며 내기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내기는 곧 진지성을 유발한다고. 일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나의 스코어는 그런 면에서 신뢰할 만하다고 자신한다. 멀리건이 없는 스코어이기 때문이다. 멀리건을 준대도 받지 않고 룰대로 쳤다.
어제도 그렇게 했다. OB지역 비슷하게 날아간 공을 야간 조명 아래에서 찾는 일이 번거롭고 해서 OB 비슷하니까 OB스코어로 계산한 것도 있다.
우리나라 아마추어의 스코어(핸디캡)은 절대로 믿을 것이 못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멀리건이 포함된 것이니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최저타 역시나 믿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80타를 친다고 하는 사람과 동반했을 때 진짜로 80타를 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물론 멀리건을 받지 않는 스코어 상으로 말이다.
어제 나는 정확하게 88개를 쳤다. 99개로 적어둔 스코어카드를 요행히 건네받아서 그럴 리가 없는데 하고 다시 계산을 해봤더니 88개였다. 하여간 캐디 아가씨가 덧셈을 잘못해서 현장에서는 네 명 중 2등이었다. 홀당 순위에 따른 내기를 나를 뺀 3명의 고경력자들이 했더랬는데 나도 참여할 것을 그랬다.이로써 세 번 연속 100타 이하를 쳤으니 이제 핸디캡 계산을 해도 될 때가 되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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